보이스피싱 이용 계좌에서 현금인출 시, 횡령죄 성립될까?

 

조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강의 너튜브 코너, “법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의 조은 변호사입니다. 오늘 다뤄볼 사건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된 횡령 사건입니다. 정 변호사님,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었죠?
정변: 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강 정재영 변호사입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본인 계좌에 피해자가 돈을 600만원 가량을 송금해오자, 중간에서 300만원을 조직 몰래 빼냈던 게 문제됐던 사건인데요, 쟁점은 피고인이 누구의 돈을 횡령했는가였습니다. 검찰은 주위적으로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돈, 예비적으로는 피해자의 돈을 횡령했다고 기소했습니다.

 

 

조변: 이 사건에 대해 원심은 둘 다 무죄로 봤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는데요,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위탁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위탁관계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죠?
정변: 맞습니다. 위탁관계는 계약으로 생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법률이나 관습, 신의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형사법적으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로 한정됩니다.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규범적으로 판단합니다.

 

 

조변: 대법원이 이 사건에 착오송금 법리를 적용했어요. 착오송금은 실수로 돈을 잘못 보낸 경우를 말하는데, 이 착오송금과 보이스피싱이 어떤 관계가 있나요?
정변: 판례는 계좌명의인이 송금인을 위해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고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대법원은 이 법리가 보이스피싱에도 똑같이 적용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계좌 명의인은 피해자를 위해 사기 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는 겁니다.

 

 

조변: 계좌명의인이 조직원과 약속을 하고 계좌를 넘긴 건데, 조직원에 대해서는 왜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나요?
정변: 대법원은 두 가지 이유로 부정했어요. 첫째, 계좌명의인이 접근매체를 양도해도 여전히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므로 그 돈이 조직원에게 귀속되지 않았고 둘째, 계좌명의인과 조직원 사이의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죠. 사기범이 제3자 계좌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범죄인데 이를 보호하면 송금된 돈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되니까요.

 

 

조변: 저는 이 판결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던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다수의견은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만 인정했지만, 4명의 대법관이 별개의견을 냈어요. 조직원과의 위탁관계가 있으니 조직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정변: 네, 또 1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으로 누구에 대해서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계약상 위탁관계가 있는데 이와 배치되는 위탁관계를 규범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죠.

 

 

조변: 마지막으로, 실무적으로 이 판례가 갖는 의미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정변: 대법원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자기 계좌에 입금된 타인의 돈을 영득하면 횡령죄로 처벌하되, 사기범의 재물로는 보호할 수 없다는 거죠. 이 사건에서도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는데, 피고인들이 사기방조죄로 처벌받지 않는 이상 300만원을 인출한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대법원의 의지가 담긴 판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