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진술로 주범으로 몰렸을 경우 실질적인 대응 방안은?

 

Q. 변호사님, 제가 처한 상황이 너무 억울해서 여러 가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공범이 조사에서 저를 두고 “돈은 다 저 사람이 관리했다”고 진술했다고 하는데, 제 명의 계좌로 돈이 오간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제가 자금을 실질적으로 관리한 사람, 즉 주범으로 볼 수 있는 건가요?

 

계좌가 제 이름으로 되어있긴 하지만, 비밀번호와 OTP는 공범이 알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 사람이 직접 사용했습니다. 명의만 제 것이고 실제 지배권은 공범에게 있었던 경우에도, 법원이 제가 자금 관리자였다고 판단할 확률이 있을까요?

 

그리고 돈의 흐름을 보면, 제 계좌로 입금됐다가 거의 즉시 다른 계좌로 이체됐습니다. 말 그대로 잠깐 거쳐 간 건데, 이것만으로도 제가 범죄 수익을 ‘관리’했다고 인정되는 건가요? 실제로 제가 그 돈을 쓴 적도 없고, 대부분은 공범이 가져갔습니다.

 

저는 실질적인 이익도 거의 없었는데, 그래도 주범으로 몰릴 수 있는 건지 걱정됩니다.가장 억울한 건 제가 그 돈이 범죄 수익인지 몰랐다는 점입니다. 공범은 제가 다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는데, 현실적으로 제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건가요?

 

공범 입장에서는 자기 형량을 줄이려고 저를 총책처럼 진술하는 게 유리할 텐데, 이런 배경을 감안해 공범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게 가능할까요? 실제로 공범 진술 외에 결정적인 물증은 없다고 들었는데, 계좌 흐름과 공범의 말만으로도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건가요?

 

혹시 증인심문을 요청하면 어떨까요? 제가 직접 공범과 맞서서 진술의 모순을 밝힐 수 있다면 신빙성 다툼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실무적으로 대질신문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만약 법원이 저를 주범이 아닌 단순 가담자로 인정해 준다면 주범과 비교해서 형량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지, 그리고 초범이고 실제로 얻은 이익도 거의 없다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시그널 이홍열 변호사입니다. 이하의 답변은 보내주신 사연만을 보고 작성된 것으로, 실제 사건의 구체적인 배경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금세탁 또는 범죄 수익 보관 등에 계좌를 제공한 경우 단순히 계좌 명의자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실질적 자금 관리자’ 또는 ‘주범’으로 단정되지는 않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보는 것은 형식적인 명의가 아니라 실제로 그 계좌를 누가 지배·관리했는지, 범행 전반을 누가 기획·지휘했는지, 수익은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와 같은 ‘실질’입니다.

 

 

비밀번호와 OTP를 공범이 알고 있었고 실제 이체도 공범이 직접 했다고 주장하셨는데, 이 점이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자료를 통해 증명되지 않는다면 상식적으로 계좌 명의자가 계좌를 실질적으로 관리하였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은 ‘명의를 빌려줬다는 것 자체가 공모의 증거’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주범이 아닌 단순 가담범임을 주장하고 싶으시다면 통화 내역, 메신저 대화 내용, 접속 IP, 휴대전화 위치정보 등을 자료로 제출해 실질 지배권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또 “제 계좌로 돈이 들어왔다가 거의 즉시 빠져나갔는데, 이것만으로 ‘관리’라고 볼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보셨는데, 유사 사건에서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먼저 답변드리자면, 돈이 잠시 경유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범죄 수익을 관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보통 법원은 단순 ‘보관’ 또는 ‘전달’ 역할이라 하더라도 범행 구조상 중요한 기능을 담당했다면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쟁점은 ‘그 계좌가 범행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계좌가 단순 전달 통로에 불과했는지, 아니면 소위 ‘저수지’와 같이 자금이 모였다가 이체되는 곳이었는지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질문자님께서는 ‘범죄 수익인 줄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실제 이를 알지 못했다는 점을 소명할 수 있다면 범죄 사실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왜 몰랐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정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거래의 외형이 정상적이었는지, 공범이 어떤 설명을 했는지, 이전에 유사한 범행 전력이 있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공범의 진술에 관해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공범 진술은 그 자체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법원은 일관성, 구체성, 객관적 증거와의 부합 여부를 따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합니다.

 

실제로 공범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다면 방어를 위해 그 진술의 모순과 과장, 책임 전가 동기를 치밀하게 지적해야 합니다. 질문자님이 하신 ‘공범에게는 자신의 형을 줄이기 위해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동기가 있다’는 지적은 법정에서 충분히 다퉈볼만한 부분입니다.

 

또한 증인신문이 공범 진술의 구체적 모순을 드러내는 데 유의미한 절차인 것은 사실이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구체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수사 단계 진술과 법정 진술 사이의 차이, 객관적 자료와 맞지 않는 부분을 짚어내면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사전에 치밀하게 쟁점을 정리한 후 전략적으로 질문을 구성하기를 조언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주범과 단순 가담자의 형량 차이에 대해 말씀드리면, 범행을 기획·지휘하고 수익을 주도적으로 취득한 경우와 단순 전달·보조 역할에 그친 경우는 양형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동일한 범죄라 하더라도 역할, 가담 경위, 취득 이익, 전과 여부, 반성 태도에 따라 실형과 집행유예로 갈리기도 합니다.

 

질문자님께서 주장하신 대로 초범이고 실제 취득한 이익이 거의 없으며,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된다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범죄 유형, 피해 규모, 공범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사안별 분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