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제 상황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인의 권유로 호기심에 마약을 한두 번 투약한 게 전부인데 매수 또는 알선으로 구속되었습니다.
저는 판매자를 직접 만난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약을 팔거나 소개해 준 사실도 없습니다. 단순히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계좌이체 내역, 그리고 몇 차례 지인 부탁으로 물건을 전달해 준 정황만으로 매수나 알선 혐의가 인정될 수 있는 건가요?
제 휴대폰에 남아있는 대화에는 상대방이 “물건 괜찮냐”, “수량은 어느 정도냐” 같은 표현이 있고, 지인에게 송금한 기록도 일부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함께 투약하기 위해 비용을 나눠 부담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사기관은 이를 거래 대금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 판매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명확한 매매 장면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정황 증거만으로도 매수 혐의가 성립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투약과 관련해서는 소변과 모발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습니다. 다만 정확히 언제 투약했는지는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단순 투약 부분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데 문제는 수사기관이 이를 근거로 상습성이나 거래 관여까지 확대해서 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보석이나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석상 조범석 변호사입니다. 우선 질문자님의 문의 속에 어느 정도 답이 들어있다고 생각됩니다.
“단순히”라고 표현하였지만, ① 텔레그램 대화 내용, ② 계좌이체내역, ③ 지인 부탁으로 물건을 전달해 준 정황 이런 것들은 모두 마약 매수 및 알선의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질문자께서도 이야기했듯이, 수사기관 등 제3자가 보기에 정황상 마약을 매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간접증거들이 충분히 있다면, 얼마든지 마약 매매 혐의는 성립되고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인의 권유로 한두 번 투약하였다는 점은 최초 범행 동기 일부에 대한 설명이나 마약 투약 등의 범행을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변론 사항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증거 관계에 비추어 봤을 때 마약 매매나 알선 혐의의 성립을 배척하는 결정적인 사실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아울러 판매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다른 증거(간접증거 포함)들로 질문자가 마약을 매수한 것으로 볼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고 판단하면, 검사는 그 상태에서 공소제기를, 재판부는 유죄 선고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범죄의 성립에 상대방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범죄를 대향범(對向犯)이라고 하는데, 뇌물죄를 예로 들어 설명해 드리자면, 우리 법원은 뇌물죄에서 뇌물을 받은 공무원(수수자)이 누구에게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더라도 뇌물을 받은 사실 자체가 객관적 증거로 증명되면 처벌된다고 판시하는 등 대향범의 성립에 일방이 반드시 특정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질문자께서 이야기한 사실관계가 다소 불명확하기 때문에 상담이나 기록 분석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에 따라 단순 투약 이외에 매매나 알선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주장(변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 투약에 비해 마약 매매나 알선 혐의가 법정형이 더 높기도 하거니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까지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책임주의 원칙에도 반하기 때문에, 진실에 반해 이뤄지는 수사와 재판에 대해서는 증거와 논리로 대응하여 마땅히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소변과 모발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것은 투약 부분에 있어서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부분이지만,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에 따라 혐의 판단 역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치밀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고, 상습성 등 판단에도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해당 부분을 치열하게 다툴 여지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의하신 보석(保釋)이나 구속적부심의 경우 냉정하게 말해서 건강상 문제 등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현재로서는 활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로서는 영장전담 판사의 인신구속에 대한 1차적인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석이나 구속적부심에 필요한 요건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