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서 특히 마음 쓰이는 의뢰인들이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현금 수거책으로 이용당해 하루아침에 사기범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이다. 실제로 이들을 만나보면 우리네 평범한 이웃들이다. 이들이 사기 범행임으로 알고 현금을 나르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군대 가기 전에 소액이라도 벌어보고자, 아이들 돌보며 형편에 도움 되고자, 퇴직 후 소일거리로, 일견 멀쩡해 보이는 구인 공고에 지원했다가 덫에 걸려드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보이스 피싱 범행은 적용되는 법률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으로 바뀌는 등 더욱 중죄로 간주돼 말단 수거책이라도 실형 선고를 받는 추세다. 돈 좀 벌려던 것뿐이었는데 갑작스레 가정과 사회에서 격리돼 철장 신세를 지는 것이다. 수거책 피의자들이 느끼는 고통과 충격, 회한과 죄책감은 차마 형언할 수 없다. 만약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연루되어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구속까지 당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방도를 세우길 권한다. 첫째, 혐의를 인정할 것인지, 무죄를 주장할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피의자가 범죄임으로 몰랐다 하더라도, 전달 횟수나 금액이 많고 가담 기간이 길면 기본적으로 수사기관과 재
형사 재판이라는 인생의 고난을 만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제가 의뢰인과의 상담 과정에서 자주 받는 질문들을 이 ‘법·알·못 상담소’ 코너를 통해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궁금할 수 있는 것들, 그러나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어서 담당 변호사가 있어도 깊은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것들 위주로 답변을 드리고 있는데요. 이번엔 ‘형사 재판 절차 전반’에 대해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체포부터 상고심(=3심) 재판이 끝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정리해볼 텐데, 이번 코너에서 전부 설명드리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것 같고 다음 코너까지 이어서 계속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저의 설명이 봄날의 단비처럼 안에 계신 분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피의자가 체포되었다’, 이제부터는 어떤 절차가 진행되나요? A. 구치소에 수감된 분들 중에는, 불구속으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분도 있겠지만, 체포 절차부터 시작된 분도 있을 것입니다. 체포는 긴급체포‧영장체포‧현행범체포 등 종류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48시간 동안만 가능’합니다.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재심에 대해 문의했지만 변호사들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독자들의 편지가 꾸준히 도착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한 독자를 임의로 선정하고 해당 독자의 판결문과 증거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하였습니다. 재심 개시가 가능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윤수복 변호사가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인천지방법원 15형사부 2022고합 000 피고인 000 변호인 : 법무법인 와이케이 선고결과 :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1. 공소사실 검찰은 피고인은 2022년 4월 남아프리카 레소토로 출국하여 성명불상의 마약 공급책의 지시를 받은 마약전달책(일명 그레이스)로부터 필로폰 3,707g이 은닉된 여행용 캐리어 1개를 건내받아, 22년 5월 레소토 마세루 국제공항에서 위 여행용 캐리어를 수하물로 기탁한 다음,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 버그 국제공항을 경유, 에티오피아 볼레 공항에 도착한뒤 수화물과 함께 에디오피아항공으로 갈아타고 인천국제공항 제 1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각 성명불상자들과 공모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 2. 변호인 주장 피고인은 여행용 캐리어 내부에 필로폰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항변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필로폰을 국
수용자 가족 간 정보공유를 표방한 ‘교정카페’가 특정 법무법인의 광고와 불법 알선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정황을 지난 1월 <더시사법률>이 보도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해당 카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해당 카페를 대상으로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일명 ‘옥바라지 카페’로 불리는 해당 카페는 카페 운영자와 로펌 간 유착 구조, 가짜 출판물 반입, 수발업체 광고 등 복합적인 위법성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교정카페’는 변호사들이 단순한 배너 광고에 그치는 유사 옥바라지 카페들과 달리, 운영 방식부터 수용자 가족을 위한 공간과는 거리가 있었다. 해당 카페는 2023년 10월까지 ‘금산부동산’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로 운영되다가, ‘법학도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인물이 운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수용자 가족 회원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어 2024년 9월부터는 법무법인 A 소속 사무장 여러 명이 본격적으로 카페 활동에 참여하면서, 카페 내 A로펌 광고가 시작됐고 게시판과 상담 구조가 로펌 중심으로 개편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당 카
법원이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도록 피고인이 판결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공탁을 하는 소위 ‘기습 공탁’은 그동안 사법 정의를 어지럽히는 ‘법적 꼼수’로 지적됐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감형을 노리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를 막고자 지난 1월부터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는데,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공탁금을 내면 법원이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습 공탁을 막으려다가 공탁 제도 전반에 대한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국민의 법 감정은 다른 것 같다. 그러나 법원과 구치소를 직접 발로 뛰며 접견과 변론을 하고 있는 변호인의 입장에서 깊숙한 실상을 들여다보면, 판결선고가 임박하여 늦게 공탁하는 것은 그런 뻔뻔한 계산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공탁이 선고 직전까지 밀리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계속 합의를 시도하다 금액이 맞지 않아 결국 선고가 임박해야 공탁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있고, 둘째, 피고인이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뒤늦게서야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돈을 마련하는 경우다. ‘기습’, ‘꼼수’ 등 언론에 회자 되는 수식어는 이런 뒷배경까지는 담지 못하는 것 같다. 공
Q. 안녕하세요. 저는 00월 00일 방송에서 방영된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당시 방송에서는 제가 마치 조직폭력배이며, 동거녀를 상습적으로 폭행했고 극단적 선택을 유도한 것처럼 다뤄졌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허위사실과 일부 혼합된 주장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저는 지금까지 그 오해와 낙인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형사 재심을 청구하고자 합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법적 구조와 절차 속에서, 진심을 듣고 함께 고민해주실 변호사님을 찾고 있습니다. 2020년 9월, 동거녀가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고, 당시 경찰은 내사 종결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였습니다. 그날 새벽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평소 자해 성향이 심했고, 술로 감정 기복이 격했습니다. 사망 직전 남긴 휴대폰 메시지 속에는 그녀 스스로의 불안과 혼란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이후 동거녀와 다툰사실과 유족 어머니가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진정서를 제출하여(불법사채, 도박개장, 폭행 등) 시작된 수사는 조직폭력배라는 명칭과 전과 32범이란 허위사실 기재하여 구속영장청구(2021.3.29. 조사, 같은 해 4.8.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
Q. 문의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글 드립니다. 제가 형사사건에서 일부 무죄가 아닌 사기 건에 전체 무죄를 받았습니다. 제가 다른 사건으로 실형을 살고 있어서 구금에 대한 배상청구는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어를 위하여 선임한 사건 변호사 선임비용과 소송비용, 그리고 정신적 피해에 관하여 소송을 신청할 수 없나요? 된다고 하는 분도 있고 안 된다는 분도 있어서 확실히 알고 도움받고 싶어서 글 드립니다. ○○○ 구 A. 1. 불구속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에도 비용보상청구 가능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구금된 피고인은 형사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헌법상 인정되는 기본권입니다. 이에 따라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자에게 구금 또는 형 집행에 대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이때 일부 무죄판결(하나의 재판에서 경합범으로 수개의 범죄 중 일부 무죄, 일부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법원의 재량으로 형사보상청구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즉, 일부 무죄판결의 경우에도 법원의 재량에 따라 형사보상이 가능합니다(형사보상법 제4조). 덧붙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었던
누구라도 형사 재판에 휘말리게 되면 무척이나 막막합니다. 당장 형사 처벌을 받고 구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현실적으로 진행 과정이나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한몫할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알아보려고 해도 결국에는 광고 글이어서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참 어려운데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면 직접 움직일 수 없기에 답답함은 배가 될 것입니다. 저희 변호사들은 매일 하는 업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작은 정보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간 수많은 접견 상담을 하면서 깊이 공감해 왔습니다. 이에 오늘은 많이들 헷갈리시고 궁금해하는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는 서류’에 대해 쉽게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독자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알고 있으면 도움 되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Q. “변호인의견서‧변론요지서‧항소이유서, 어떤 서류가 제일 중요한가요?”, “저희 변호사님이 의견서는 제출하셨는데 변론요지서를 안 내는데 괜찮은가요?”, “저희 변호사님은 항소이유서는 안 냈는데 이 서류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A. 저희가 상담 과정에서 직접 들은 질문들입니다. 일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