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옥중 펜팔’이 금전거래 및 혼인사기 피해로까지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펜팔 사기가 법적 처벌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교정당국도 금전 거래는 교정시설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사적 금전 거래에 해당하므로, 내부적으로 관여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21일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수용자는 5만6577명이며 이 중 여성 수용자는 5.29%(2,991명)에 불과하다. 전체 수용자 10명 중 9명이 남성인 셈이다.
펜팔 상당수는 수발업체를 통해 연결되는 구조다. 수발업체는 교도소 내 수용자들을 대신해 도서·잡지·조의금 전달, 중고차 판매까지 대행하는 이른바 ‘심부름 센터’ 성격의 사업체다.
그렇다면 수발업체는 어떻게 여자사동에 수감된 여성 재소자의 수번과 신상을 확보하는 걸까. 본지가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수발업체 운영자는 교도소 출소자들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펜팔 중개를 해온 한 여성 수발업체 관계자 A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펜팔 연결은 안에 같이 있던 언니가 해준다”고 말하며, “연결 비용으로 10만~20만 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교도소 수용자들에게 연락해 교도소 내 펜팔 희망자를 수소문하고 이를 남성 수용자와 연결해준다”며 “수용자들이 지불하는 펜팔 연결 비용은 업체, 교도소 내부 중개자, 펜팔 상대자 사이에 분배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든 수용자가 펜팔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도, 살인, 성범죄나 중형 선고자의 경우 펜팔 신청이 제한되며, 수발업체가 신청자를 선별하고 있다. A 씨는 펜팔이 정서적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금전거래가 이뤄지는 현실에 대해서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본지는 또 다른 수발업체인 ‘B업체’ 관계자와도 통화했다. 이 업체는 펜팔 연결을 약속하고 20만 원을 받은 뒤 연락을 끊었다는 ‘먹튀’ 피해 제보가 들어온 곳이다. B업체 역시 교도소 출소자가 운영하고 있었다.
B업체 관계자는 “요즘 여성 수용자가 귀해 실제 연결이 어려운데, 일부 남성 수용자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먹튀당했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연결 비용으로 받는 20만 원 안에서 연결을 도와주는 여성 수용자에게 일부 소개비로 전달되고, 업체 측은 수수료만 가져간다”며 비용 분배 구조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 역시 A업체와 마찬가지로 교도소 내 인맥을 통해 여성 수용자의 펜팔 희망 여부를 확인한 뒤, 남성 수용자와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펜팔이 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교정시설 내 혼인신고가 가석방 심사 시 ‘보호관계’ 요건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는 이를 악용해 장기적인 금전적 착취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한 여성 수용자는 본지에 “편지를 주고받던 남성이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고, 먼저 출소한 뒤 옥바라지를 해주기로 약속하며 수천만 원을 빌려갔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혼하자고 한다. 이용당한 느낌”이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옥바라지 커뮤니티 ‘B카페’에도 “안쪽이가 교도소에서 여성 수용자와 펜팔을 하고 있었다”는 글부터, “출소 후 펜팔 여성과 바람이 났다”는 피해 사례까지, 남자친구의 펜팔을 의심하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있었다.
문제는 법적으로 혼인 상태에서의 금전거래는 형사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배우자 사이의 재산범죄는 형법 제328조 제1항 ‘친족상도례’ 조항에 따라 형벌권 행사가 면제된다. 과거 사례에서도 혼인 후 거액을 수령했지만 ‘부부 사이의 지원일 뿐’이라며 처벌을 피한 판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6월 27일,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결정은 소급되지 않아 이전 피해자들은 여전히 형사 고소가 불가능하다. 법무법인 JK 김수엽 대표 변호사는 “2024년 6월 27일 이전에 발생한 금전 피해는 고소해도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된다”며 “형사 고소보다는 혼인취소 소송이나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수용자 간 금전거래는 명백히 현실에 존재하지만 법무부 교정본부는 ‘개인 간 사적 거래’라며 관리·감독의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발업체가 잠적하거나 돈을 반환하지 않아도 공식 승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수엽 대표 변호사는 “재소자간 사적 거래라는 이유로 교정당국이 개입하지 않는 현 상황은 제도적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수발업체를 통한 펜팔 연결은 사실상 조직적 중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펜팔의 최소한의 실태 파악과 등록 관리 정도는 교정당국이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