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 가해자가 출소한 사실을 피해자가 뒤늦게 알게 된 사건이 발생해, 범죄피해자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부산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는 2021년 7월 외출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70대 남성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A씨의 신고로 B씨는 기소돼 1년 5개월간의 법정 다툼 끝에 징역 5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형을 선고받았다.
형사재판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이후 수감 중인 B씨의 영치금을 정기적으로 압류해왔다. 그런데 지난 4월, A씨가 평소처럼 영치금을 압류하기 위해 교도소에 전화했을 당시 담당자에게 "B씨가 다른 교도소로 이감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B씨의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그가 이감된 교정시설을 알아야 했지만, 교정 당국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만 대답했다. 결국 A씨가 직접 수소문한 끝에 확인한 사실은 B씨가 질병에 의한 형집행정지로 이미 출소했다는 것이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3개월이 지난 7월이었다.
A씨는 “최근 상태가 좋아져 정신과 약도 끊고 전기충격기 같은 호신용품도 들고 다니지 않았는데, 가해자가 악의를 품고 찾아왔다면 아무런 대응도 못 했을 것”이라며 “출소 사실을 알고 난 뒤 공황장애가 재발해 다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3개월 동안 어떤 통보도 없었고, 내가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현행 「형사소송법」 및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르면, 범죄피해자나 그 대리인이 요청한 경우 관할 검찰청은 가해자의 구속·석방 등 구금 사실을 신속히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이 같은 통지를 받지 못한 채 3개월을 보낸 셈이다.

부산지검은 이번 사안이 담당자의 실수로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집행정지 담당 부서에서 피해자지원 담당자에게 출소 사실을 전달했지만, 이후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착오로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주요 형사 절차 정보를 자동으로 통지하는 ‘피해자 통지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스템 연계가 아직 완전하지 않아 일부 통지가 누락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향후 관계기관과 협의해 자동 통지 범위 확대 및 시스템 개선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윤수복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피해자 통지제도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핵심 보호장치”라며 “제도가 존재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처럼 재범 위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는 출소 통지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이번 사안을 단순 행정 착오로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