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국군의 날 기념사서 “계엄 잔재 청산·자주국방 실현”

“본연 임무 망각한 군 지휘부 개혁 필요”
국방예산 증액 시사…전작권 전환 추진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군의 날을 맞아 강력한 군 개혁 의지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정면 겨냥하며 “계엄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겠다”고 선언하고, 자주국방을 화두로 내세우며 군의 전면적 변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일부 군 지휘관들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최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며 “그 결과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민생경제가 파탄 났고 국격이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국민이 떠안은 피해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며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군대로 재건하기 위해 민주적, 제도적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계엄 잔재 청산’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 초기에는 계엄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군인들을 특진시키며 민주적 시민의식을 에둘러 강조했으나, 이번에는 내란의 잔재를 뿌리 뽑겠다는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가 국정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신임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를 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또 “군이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가치로 무장할 때 국민의 신뢰는 커지고 군의 명예는 드높아질 것”이라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대보다 강한 군대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한다”며 자주국방 실현을 또 다른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국방예산을 8.2% 대폭 증액하고 첨단기술에 집중 투자해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K-방산의 수출 성과를 자산으로 삼아 국방력 강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복안이다.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굳건한 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이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주한미군 유연성 문제 등 안보 협상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념사에는 국제정세에 대한 현실적 진단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세계 각지에서 협력과 공동번영의 동력이 약해지고,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군이 안보 불안을 틈타 정치적 편향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