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상담소] 이건 증거 될까요? – 현장에서 벌어지는 ‘압수’ 관련 실전 쟁점들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사건 진행에 있어서 자주 쟁점이 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독자 여러분들이 ‘압수’와 관련하여 제게 질문 주신 것들을 모아서 답변을 드리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녹음 파일이 어떤 경우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경우의 증거능력에 관한 것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질문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내용으로 각색했습니다. 질문자분들을 비롯하여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Q1. 경찰의 몰래 녹취 CD, 증거능력 있나요?

 

저는 불법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는데 제보를 받은 경찰이 손님인 척 속이고 방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저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저와 종업원, 경찰 본인이 대화하는 것을 녹음했습니다.

 

지금 재판 중에 그 녹취 CD가 증거로 제출되어 있는데요. 경찰이 이런 식으로 몰래 딴 녹취 CD도 형사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건가요?

 

A. 안타깝게도 질문자님의 기대와는 달리 녹취 CD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기관이
①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면서,
②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직후이고,
③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으며,
④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으로 현장에서 관련자들과 대화를 녹음한 경우라면, 영장 없이 이루어졌다 하여도 위법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입니다.

 

이는 비밀촬영이나 과속단속 카메라의 적법성에 관한 판례에서 제시된 요건이기도 합니다.

 

설령 녹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금지하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다만, 경찰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몰래 장치만 설치한 경우라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특히 ‘④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인지는 경찰의 출입 경위, 녹음 내용이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Q2. 피해자가 제 외장하드에서 몰래 복사한 영상, 증거능력 있나요?

 

저는 상대방과 성관계할 때 몰래 동영상을 촬영하여 제 외장하드에 저장해두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를 몰래 열어 사진, 동영상을 복사해 USB에 저장한 뒤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저는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했는데, 위법수집증거 아닌가요?

 

A. 피해자가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라 위법성을 따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해 위법수집증거다’라는 주장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 자료는 피해자가 자신의 USB에 복사하여 임의로 제출한 것이므로, 임의제출 과정에서는 제출자인 피해자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 판례 입장입니다.

 

다만 원본 외장하드의 관리처분권은 질문자에게 있으므로, 원본 압수·수색의 경우 질문자가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합니다.

 

제3자가 제출한 휴대폰의 경우 소유자 참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주장해볼 여지는 있습니다.


Q3. 경찰이 아내에게 영장 제시 후 휴대폰 압수, 적법한가요?

 

제가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인데 경찰이 제 아내에게 영장을 제시해, 아내가 제 휴대폰을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저에게 영장을 직접 제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A. 겉으로는 아내가 휴대폰을 건넨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찰이 강제처분을 한 것입니다.

 

따라서 경찰은 피의자인 질문자에게 영장을 제시하고 참여권을 보장해야 했습니다.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면 압수한 휴대폰의 전자정보 및 그에 기초한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제3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임의로 제출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적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자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아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위법성을 다투어야 합니다.


Q4. 경찰 집행 직전, 제가 던진 SSD 카드도 압수 가능합니까?

 

경찰이 집을 압수수색하러 오자 제가 급히 SSD 카드를 아파트 밖으로 던졌습니다. 이후 경찰이 이를 발견해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문제 삼을 수 없을까요?

 

A. 질문자가 던진 SSD 카드는 형사소송법상 ‘유류물’로 취급됩니다.

 

유류물의 압수는 사전·사후 영장을 요구하지 않으며, 임의제출물과 달리 제출자의 범위 제한도 없습니다.

 

특히 범행 관련 물건을 스스로 던진 것은 사실상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압수 절차나 참여권 보장이 문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증거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 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의 위법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는 실제로 많지 않습니다. 죄질이 나쁜 사건에서 무리하게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했다가 기각될 경우 재판부 인상도 좋지 않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법성을 다투실 때는 사건 전체 전략을 신중 히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