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상담소] 외국인 수용소 구금 기간의 형기 합산과 추가 건 병합시 전략은?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까지는 ‘추징금’, ‘형 집행순서’처럼 비슷한 주제를 묶어 정리해 드렸는데, 그러다 보니 계속 답변이 늦어지는 질문들이 생겨서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투리 질문들을 모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비록 서신을 통해 직접 질문을 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드리는 답변들이 그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덜어드리고,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해외에서 출국하려다가 검거되어 필리핀 비쿠탄 수용소에서 오래 고생하다가 얼마 전 어렵게 들어오게 됐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있었는데, 수용소에서 지낸 시간은 미결구금일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저는 실형 선고를 받을 것 같은데, 만약에 제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고 하면 저는 외국인 수용소 1년, 징역 3년을 살게 되어 사실상 징역 4년을 살게 되는 것 아닌가요? 어떤 말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A. 먼저, 정말로 고생이 많으셨겠다는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 역시 비쿠탄 수용소에 계신 분들의 사건을 다수 맡고 있고, 실제로 저희 청 변호사들이 직접 비쿠탄에 가서 접견하고 귀국을 도운 경험도 있기에 그 안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질문자분이 궁금해하시는 점에 대해 답변을 드리면, 외국에서의 구금기간은 형기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이 쟁점은 이미 여러 차례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부분입니다. 과거 살인 혐의로 필리핀에서 체포되어 5년이 넘게 구금되어 있다가 공소기각 판결을 받고 한국으로 추방된 사례가 있었는데요. 이후 한국 법원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되자 피고인은 “해외에서 구금된 5년을 형기에 포함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7조 적용 여부를 검토해 보면, 해당 조문에서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이란 그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외국 법원의 유죄판결에 의하여 자유형이나 벌금형 등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제로 집행된 사람’을 말한다고 해석하여야 하므로, 외국 법원에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설령 그가 상당기간 미결구금되었더라도 그 미결구금 기간은 형법 제7조에 의한 산입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 형법 제57조 제1항의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미결구금은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구금하는 강제처분이어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점이 자유형과 유사하기 때문에, 형법 제57조 제1항은 미결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기까지의 미결구금은,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따른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하게 이루어진 강제처분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 미결구금 기간은 형법 제57조 제1항에 의한 산입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외국의 구치소에 수용되어 있다가 풀려났다면 구금된 기간은 미결구금일수로 형기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질문자분처럼 수용소 생활을 하신 경우에도 동일한 결론이 나옵니다. 힘든 시간을 버티셨음에도 불구하고 형기에 합산되지 않는다니, 충분히 억울하고 허탈한 마음이 드실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억울하다는 데서 멈추지 말고, 그 사정을 양형 요소로 적극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법 제53조는 판사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맡았던 사건들 가운데서도, 피고인이 필리핀 비쿠탄 수용소에서 상당 기간 수용되었던 점을 판사가 고려하여 이 점을 판결문에 명시하고 형량이 낮게 선고된 사례들도 적지 않습니다.

 


 

Q. 저는 지금 리딩방 사기 사건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기일이 잡혀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추가 건이 있다고 수사 접견을 온다고 하는데요. 병합해서 재판을 받아야 형을 적게 받는다고 하던데, 어떻게 전략을 세우는 게 좋을까요?

 

A. 질문자분의 말씀이 틀린 건 아니지만 전략을 세울 때는 실현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보셔야 합니다. 가능성이 낮은 방안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결과적으로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질문자분은 항소심 사건으로 이미 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 생긴 추가 건은 불구속 사건으로 분류됩니다. 이는 곧 구속 기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으로, 수사기관이 사건을 서둘러 처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경우 보통 절차가 천천히 진행됩니다.

 

설령 경찰이 신속히 수사를 마쳐 검찰로 송치하더라도, 검사가 즉시 기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렵게 기소까지 된 이후에도 공판 기일이 바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한 번만에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 기일을 짧게 잡아도 이후 기록이 항소심 법원으로 넘어가고 재판부에 배당되기까지 또다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즉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 항소심으로 올라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기존 항소심 사건은 구속기간 만료일이 있으므로 사실상 병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병합만을 유일한 해법으로 삼기보다는 추가 건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이 부분 역시 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드리는 조언입니다. 병합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다면, 추가 건을 서둘러 끝내기보다 차분히 준비하면서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을 적극 주장해 형량을 집행유예로 낮출 수 있습니다. 추가 건 공소금액이 수억 원이라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