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거래 사이트 개설’ 60억원 가로챈 일당 실형

피해자 112명, 피해액 59억원에 달해

 

허위 비상장주식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일당에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다만 피해자들이 신청한 배상명령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형사재판을 통한 피해 회복 제도의 한계가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50대), B씨(60대), C씨(40대)에게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D씨(30대)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에 사용할 비상장주식을 확보하고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조직을 꾸린 뒤 전화영업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비상장주식 투자 사기를 벌였다.

 

이들은 2022년 1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20개월 동안 실제 증권 거래 사이트와 유사하게 꾸민 가짜 주식 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며 투자 상담을 진행했다.

 

피고인들은 상장 계획이 없는 회사를 마치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유망 기업인 것처럼 홍보하며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들에게 “상장이 확정됐다”, “주가가 몇 배로 오를 것”이라는 허위 정보를 제공하고, 사이트 화면에 보유 주식 수량과 평가 금액이 표시되도록 해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꾸몄다.

 

투자금은 실제 회사와 무관한 법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았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포폰을 폐기하거나 사무실을 옮기는 방식으로 수사 추적을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A·B·C씨는 112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59억3987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인정됐다. D씨는 이 가운데 일부 범행에 가담해 약 16억원 상당 범행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허위 상장 정보를 제공하며 비상장주식을 매수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가장해 투자금을 편취했다”며 “대포폰과 가명을 사용하고 사무실을 옮기는 방식으로 범행을 은폐하는 등 범행 수법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조직적 투자 사기는 단기간에 다수 피해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사회적 폐해도 크다”며 “주식시장에서의 사기적 부정거래는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하고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범행을 전체적으로 계획하거나 주도한 위치는 아닌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명령 신청은 각하됐다. 재판부는 “변론 종결 이후 신청이 접수돼 공판 절차 지연 우려가 있고, 피고인별 범행 가담 정도와 피해 발생 경위를 고려할 때 배상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배상명령 제도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질 경우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법원이 피고인에게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다.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피해자가 신속하게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그러나 배상명령은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 또 피고인의 배상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배상명령으로 인해 공판 절차가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각하할 수 있다.

 

이 같은 요건 때문에 실제 재판에서는 배상명령 인용 사례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본지가 지난 1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사기 사건 하급심 판결문 100여 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배상명령이 인용된 사례는 16건에 불과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피해자 손해와 피고인의 행위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한 경우에만 배상명령을 인용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조직적 사기 사건처럼 다수 피고인이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한 경우에는 책임 범위를 명확히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하되는 사례가 많다.

 

법조계에서는 배상명령 제도가 피해자의 신속한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실제 형사재판 구조에서는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