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재판소원제’ 도입을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견제 장치”라고 강조했지만, 야당은 “4심제 도입으로 헌법 질서를 뒤흔드는 위헌적 제도”라고 반발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대법원 확정판결이라도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재판소에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법원의 재판 역시 공권력의 행사”라며 “헌법 위반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헌법소원 대상이 돼야 한다”며 재판소원제를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 또한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민은 자기 기본권이 침해당했을 때 헌재로 가고 싶어 하지만 현행 제도는 법원이 그 길을 막고 있다”며 “재판소원이 생기면 헌법상 평등권·행복추구권 침해를 다툴 수 있어 진짜 국민 기본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이번 제도가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법원이 헌법을 위반한 재판을 했을 때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라고 설명한다. 민주당은 당정 간 조율을 거쳐 재판소원제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재판소원 추진이 민주당의 “사법 장악 시도”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SNS를 통해 “대법 확정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4심제 도입은 사법부 장악을 위한 독재적 발상”이라며 “이 제도로 이미 유죄가 확정된 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입법·행정에 이어 사법까지 장악한다면 삼권분립은 붕괴한다”며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사법 장악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역시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5월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재판소원제에 대해 “현행 헌법상 재판소원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헌법 규정에 반한다”고 말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도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판소원은 어떤 형태로든 4심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권리구제가 지연되고 재판비용이 증가해 사회적 약자는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론 역시 민주당의 입장에 힘을 싣지 않고 있다. 주간조선이 지난 10~11일 서울·부산 지역 만 18세 이상 유권자 각각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탯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재판소원제 도입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서울과 부산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찬성 의견은 서울에서 37%, 부산 38%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안심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1.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