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소원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은 4심제를 창설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23일 헌재는 ‘재판소원-4심제 표현 당부’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내고 “재판소원 도입 논의와 관련해 이를 법원의 심급을 연장하는 ‘4심제’로 표현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며 “정확한 용어 사용에 대한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소원의 본질은 헌법심”이라고 규정하며 “재판이라는 공권력 행사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판단하는 독립된 구제 절차로, 이는 재판에 대한 재판이 아니므로 법원 심급체계의 연장인 4심을 창설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재판소원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재판소원이 ‘3심제의 연장’이 아니라 ‘기본권 구제의 최후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 확정판결로 침해됐는지를 따지는 것이 재판소원의 대상”이라며 “4심제 프레임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급제가 끝나 더 다툴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확정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국민이 구제받을 길이 없다”며 “이 때문에 재판소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 재판 지연, 형평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진우 의원은 “ “우리 헌법 체계가 3심제를 명시한 것은 사회적 약속이며, 모든 사건을 헌재로 가져가면 재판 지연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열린 법원장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어떤 형태로든 재판소원은 4심제 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며 “그로 인해 권리구제가 지연되고, 소송비용이 늘어 경제적 약자의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행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위헌·위법 여부를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심사한다”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도록 명시해 원칙적으로 재판소원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헌재는 과거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한 재판 등 극히 예외적 경우에 한해 재판소원의 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