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대신 운전” 거짓말한 30대 무죄…범인도피죄와 위증죄 기준은?

法 “단순 허위 진술…범인 도피 아냐”
수사기관서 진술은 위증죄 미적용

 

남자친구의 교통사고 사실을 숨기며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한 30대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참고인의 단순한 허위 진술을 이유로 범인도피죄를 넓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지법 제2-3형사부(김진웅 부장판사)는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후 사정과 관련 법리 등을 종합해 고려할 때 A씨의 허위 진술이 수사기관을 착오에 빠뜨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3년 8월 8일 세종북부경찰서 교통조사팀 담당 경찰관에게 자신이 교통사고를 냈다고 허위 진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의 남자친구 B씨는 이날 오전 2시 40분께 세종시 조치원읍 도로에서 A씨 소유 승용차를 운전하다 단독 사고로 차량 전도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 당시 조수석에는 A씨가 동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을 운전자라고 주장하다가 마지막 조서 열람 과정에서 “남자친구가 운전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을 착오에 빠뜨리고 결과적으로 B씨를 도피하게 한 점 등 혐의가 인정된다”고 유죄로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거짓말로 인해 B씨를 검거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진범을 발견하거나 체포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한 시각을 기준으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다면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검사의 주장도 가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역시 범인도피죄에 대해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거나 도피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며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허위로 진술했더라도, 그로 인해 범인의 발견이나 체포가 곤란할 정도의 적극적 기망이 없는 한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002도5374)

 

또한 위증죄와 관련해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에서 증거를 인멸·위조하거나 위조 증거를 사용하는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참고인의 허위 진술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 94도3412)

 

법무법인 민 유정화 변호사는 “대법원은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은 위증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이 사건 재판부는 범인도피죄에 대한 법리해석만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인도피죄는 단순 허위 진술을 넘어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기만하는 구체적인 행동이 있을 때 처벌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수사기관이 허위진술로 인해 수사절차에 큰 혼란이 생겨 범인의 체포가 불가능해졌다는게 인정된다면 유죄로 판단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