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독자분들과 ‘형사 재판이라는 경기를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형사 재판은 인생을 걸고 뛰는 승부입니다. 이를 달리기 경기로 치면, 먼저 결승선이 어디인지부터 봐야겠죠. 그리고 경기가 100m인지 마라톤인지에 따라 힘을 쓸 지점도 달라질 겁니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선수인 피고인 옆에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 줘야 합니다. 결승선이 다른데 엉뚱한 쪽으로 달리면 노력은 헛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이라는 낯선 경기에 들어서면 누구나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라 전문가가 곁에서 계속해서 길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곽변: 최근 공소금액 256억원 규모의 코인 장외거래 사건이 딱 그런 사례였습니다.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을 도왔다는 이유로 사기, 공갈,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었는데요, 저희는 시작부터 결승선을 무죄로 잡았습니다. 자금의 출처가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의뢰인이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퉜고, 결국 보이스피싱 관련 혐의는 전부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만약 ‘일단 인정하고 선처를 받아보자’는 식으로 다른 결승선을 설정했다면, 결과는 아마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곽변: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서 무조건 무죄를 목표로 잡는 게 정답이냐 하면,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사건마다 상황이 다르고, 어떤 경우에는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결승선이 되는 때도 있습니다. 실제로 누범 기간 중 범행으로 징역 5년을 구형받았던 또 다른 코인 장외거래 사건이 그랬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미 증거가 드러나 있어서 혐의를 인정하는 방향을 택했고, 결과는 벌금 2천만원이었습니다. 누범에게 벌금형을 주려니 재판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결국 불구속으로 선처를 해주신 겁니다.
곽변: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두 명의 피고인이 똑같이 징역 5년을 구형받았는데, 판결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저희 의뢰인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반면, 다른 공범은 그대로 징역 5년이 나왔습니다. 공소장만 보면 “피고인들은”이라는 표현으로 함께 묶여있고, 공소사실도 동일하게 적혀있던 사건이었어요. 하지만 저희 의뢰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았고, 다른 피고인은 끝까지 무죄를 다퉜습니다.
곽변: 형사 재판에서 체력이란 결국 한정된 합의금을 의미합니다. 특히 구속된 피고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1심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선택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재판이 길게 이어지는 구조라면, 초반에 모든 자원을 소진할 경우 항소심에서 더 이상 쓸 힘이 남지 않게 됩니다. 피해 금액에 비해 가용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사건일수록 이러한 판단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예컨대 ‘범단’ 혐의가 적용된 사건처럼 역할에 따라 형량이 엄격하게 갈리는 사안에서는 1심에서 무리하게 올인하기보다 이후 절차를 대비해 자원을 안배하는 것이 오히려 전략적으로 유리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곽변: 진정한 변호인은 의뢰인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골라서 하지 않습니다. 당장의 수임을 위해 “무조건 무죄를 받아주겠다”고 장담하거나, 합의금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1심에서 집행유예로 끝내자”고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닙니다. 때로는 냉정해 보일지라도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가능성과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죠. 어떤 사람이 나의 인생과 가족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조언자인지, 누가 나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결국 본인의 몫입니다. 부디 올바른 선택과 함께, 길고 험난한 이 경주를 끝까지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