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저는 수사 초기부터 강간은 부인했고, 상해 부분 중에서도 피해자의 안면부를 1회 폭행한 사실만 인정하였으며, 공소사실에 기재된 옆구리 폭행이나 목을 조른 사실, 항거불능 상태에서의 성기 삽입은 일관되게 부인해 왔습니다.
그런데 1심에서 안면부 폭행을 인정한 점을 근거로 그 외 폭행까지 모두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성기 삽입 여부에 관해서도 피해자 진술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변경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성기 삽입이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피해자 신체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 Y-STR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은 이후에는 ‘완강히 반항하여 실제 삽입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을 바꾸었습니다.
이후 법정에서 해당 질문에 대해 다시 진술을 변경하였는데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경우 항소심에서 무죄주장을 다퉈야 하는지, 아니면 합의가 최선인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강간·상해 사건 1심 유죄판결 이후 항소심 대응에 대한 검토의견을 드립니다.
1. 사실관계
문의하신 분은 수사 초기부터 강간(삽입) 부분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상해 부분도 ‘얼굴 1회 폭행’ 외에는 부인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수사단계에서 “사이드 폭행 7회·목 졸림 2회·삽입 10회”라고 진술하였다가, 1심 법정에서는 “삽입은 안 되었던 것 같다”고 하였고, 최종진술에서는 다시 “삽입이 있었다”고 번복하였습니다. 또한 국과수 정밀검사에서는 피해자 신체에서 Y-STR DNA가 불검출되었고, 1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강간죄(형법 제297조) 성립 여부와 강간미수(형법 제300조)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지, 상해죄(형법 제257조) 성립 여부 및 실무적으로 항소심에서 무죄/죄명변경을 다투되 합의·공탁을 병행하여 양형 감경 여지를 확보할지로 보여집니다.
3. 법리
가. 증명책임·합리적 의심 배제 원칙
공소사실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합니다.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무죄(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입니다.
나.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
성폭력 사건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가 사실상 피해자 진술뿐인 경우,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구체적인지, 논리·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정과 모순되는지,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또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랬어야 한다’는 통념만으로 진술을 함부로 배척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반복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 강간죄의 폭행·협박 및 평가 방법
강간죄의 폭행·협박은 그 내용과 정도, 유형력 행사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행위 전후 정황 등을 종합하여 피해자의 “구체적 상황”에서 판단하며, 사후적으로 “도망칠 수 있었는지/끝까지 반항했는지”만으로 섣불리 단정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도21249;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라. 삽입(기수) 불명확 시의 처리(강간미수)
강간기수는 간음(통상 성기 삽입)이 인정되어야 하므로, 삽입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으면 강간기수는 곤란하고 강간미수 등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형법 제300조). DNA 불검출, 피해자의 “기수 여부 불명확” 진술 등을 이유로 강간기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12. 6. 15. 선고 2012노641)도 확인됩니다.
마. 합의·처벌불원과 양형
합의는 강간 사건에서 공소를 종료시키는 요건은 아니더라도 양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처벌불원’ 특별감경인자는 “진지한 합의 노력, 상당한 보상, 피해자가 법적·사회적 의미를 인식한 상태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가 갖추어진 경우로 해석됩니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바. 항소 리스크(불이익변경금지)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368조). 따라서 검사의 항소 여부에 따라 항소 리스크가 달라집니다.
4. 사안의 적용 및 ‘현실적 목표’ 설정
가. 강간(삽입) 부분: “전부 무죄”와 “기수 부정(미수로 변경)”을 구분
1심 유죄가 내려진 이상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를 얻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성범죄는 직접증거가 부족하더라도 피해자 진술이 위 판례 기준을 충족하면 유죄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
다만 본 사안은 ‘피해자 진술의 변동이 주변부가 아니라 삽입(기수)이라는 핵심 구성요건’에 관한 점에서 항소심의 포인트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즉 ① 수사단계에서의 ‘삽입 10회’와 ② 법정의 ‘삽입 안 되었을 것 같다’는 진술은 양립이 어렵고 ③ 이후 다시 ‘삽입이 있었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왜 그 시점에, 어떤 이유로” 번복했는지 설명 가능성과 객관정황 부합 여부가 핵심입니다.
여기에 Y-STR 불검출은 단독으로 무죄를 확정하는 자료는 아니더라도, “기수(삽입) 단정에 필요한 수준의 증명”이 되었는지 판단할 때 중요한 간접정황입니다(서울고법 2012노641의 판단 구조 참조).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① 강간기수 무죄(또는 사실오인)→강간미수로의 변경, ② 강간 부분이 유지되더라도 상해 일부 무죄·경미화, ③ 예비적으로 양형감경(실형 단축/집행유예 가능성 확대)이라는 ‘계단형 목표’가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나. 상해 부분 : “인정 1회”를 전제로, 나머지 상해사실의 별도 증명 요구
얼굴 1회 폭행을 인정하는 이상, 항소심에서는 ‘인정 부분’과 ‘부인 부분’을 뒤섞지 않고, 사이드 폭행·목 졸림 등 나머지 부분이 독립된 구성요건으로 증명되었는지를 분리해 다투어야 합니다.
특히 목 졸림은 흔적이 남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진료기록·사진·주변 진술·당시 메시지 등 정황증거가 결합되는지가 중요합니다. 해당 자료가 빈약하면 일부 무죄 또는 폭행죄 수준 주장의 여지가 커집니다.
5. 권고
가. “무죄/죄명변경 다툼 + 합의/공탁 병행”이 원칙적으로 최선
항소심에서 다툼을 포기하고 합의만을 목표로 삼으면 피해자 측이 ‘강간 인정’을 전제로 협상을 끌고 갈 가능성이 높고, 합의 불발 시 방어 수단이 급격히 축소됩니다. ‘기수(삽입) 부분의 합리적 의심’이라는 법리·증거 축을 세워 다투면서도 동시에 치료비·위자료 등 피해 회복 노력을 병행하면 무죄/죄명변경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죄 유지 시에도 감경 자료를 축적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 항소이유서(주장 구조) 제안
1) 사실오인: 삽입(기수) 인정의 논증이 피해자 진술의 번복·불검출 결과와 어떻게 양립하는지, 1심의 판단에 “비약·누락·모순”이 있는지 공격합니다
2) 법리오해: 피해자 진술 신빙성 판단이 대법원 기준을 충족하는지, ‘피해자다움’ 통념이나 피고인의 일부 인정에 기대어 핵심 사실까지 섣불리 확정한 부분이 있는지 지적합니다.
3) 예비적 주장: 설령 성적 침해와 폭행·협박이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삽입이 증명되지 않으면 강간기수는 성립하지 않으므로 강간미수(형법 제300조)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예비적 구조를 둡니다.
다. 증거조사·보강(실무 체크리스트)
1) Y-STR 감정서: 채취 시점, 세척·배뇨 여부, 시간 경과, 검사 방식의 한계 등을 정리하여 “불검출=무죄”가 아니라 “기수 단정의 어려움”으로 논점을 정리합니다.
2) 피해자 진술 변동표: 진술 시점별 핵심요소(삽입, 폭행 횟수·부위, 목 졸림 등)를 표로 대비하고, 변동의 사유·계기(질문 형태, 기억의 근거)를 추궁할 수 있게 준비합니다.
3) 객관정황 수집: 통화·메시지·CCTV·동선, 진단서·진료기록·사진 등 “진술을 지지/배척할 수 있는 외부자료”를 최대한 확보하여, 항소심에서 ‘신빙성 판단의 기초 사실’을 재구성합니다.
라. 합의·공탁(운용)
합의가 성사되면 감경효과가 크나 강간을 전면 부인하는 사건에서는 피해자 측이 사실인정·사과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정 가능한 범위(예: 인정 폭행에 대한 사과, 치료비·위자료 지급)’와 ‘끝까지 다툴 핵심(삽입 부정)’을 사전에 분리해 협상해야 합니다.
합의가 어렵다면 공탁을 통해 피해 회복 노력을 가시화할 수 있으나 공탁만으로 ‘처벌불원’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2020도6965 취지), 공탁의 취지·액수·진지한 노력의 경과를 양형자료로 구체화해야 합니다.
6. 결론
본 사안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다툴지 vs 합의가 최선인지”의 단순 선택 문제가 아니라 ① 삽입(기수) 인정에 관한 진술 번복과 Y-STR 불검출이라는 ‘합리적 의심’ 포인트가 존재하고, ② 합의는 불확실하지만 성사 시 감경효과가 크며, ③ 피고인 단독 항소라면 불이익변경금지로 리스크가 제한된다는 점에 착안해, “무죄/죄명변경을 적극 다투면서 합의·공탁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실무 해법으로 판단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