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지친 수감생활에서 재소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바로 옥중 펜팔이다. 좁은 방 안에서 이루어지는 손편지는 감정을 나누고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이자, 교정시설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드문 사치로 불린다. 그러나 교도소 펜팔은 단순한 소통의 장을 넘어 다양한 논란과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3일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교도소 수용자는 총 56,577명으로, 이 중 여성 수감자는 2,991명으로 전체의 5.29%를 차지한다.
<더 시사법률>이 취재한결과 외부출입이 금지된 교도소에서 어떻게 펜팔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해보니 재소자 간 재판 출석, 검찰 조사 등 외부 출입 시 호송버스에서 남녀 수용자가 수번을 외운 뒤 편지를 보내거나, 외부의 ‘수발이 업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수발이 업체’는 교정시설에 배포되는 일부 간행물에 광고를 게재해 펜팔 상대를 연결해 주며, 소개비로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소개를 받은 남성 수용자는 여성 수용자에게 영치금을 보내며 펜팔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근까지 수발이 업체를 운영했던 A씨는 “범죄 유형과 외모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며 “사기 등 재산범죄, 보이스피싱, 마약 사범 중에서도 마약 투약 사범은 외모가 예쁘다고 알려져 금액이 더 높다”고 말했다.
옥바라지 업체의 광고를 확인한 결과, 해당 펜팔 신청에는 제한이 있었다. 강도·살인, 성범죄, 또는 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재소자는 신청할 수 없었다.
지난 7월 00여자교도소에서 출소한 C씨는 <더 시사법률>에 "펜팔을 하면 남성 수용자들이 여성 수용자에게 영치금을 보내줄 뿐만 아니라, 먼저 출소할 경우 옥바라지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수용자 한 명이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 이상의 남성 수용자와 편지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펜팔은 단순한 편지를 넘어 재소자들에게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펜팔로 시작된 관계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 4월,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홍승만 씨가 교도소에서 펜팔로 만난 여성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 씨는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평가받으며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검정고시와 방송통신대학 학위까지 이수하며 가석방을 준비해 왔다. 그는 귀휴를 나가 교도소에서 펜팔을 통해 알게 된 여성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청혼했지만, 거절당하자 좌절감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가 혼인신고를 시도한 이유 중 하나는 재소자가 혼인신고를 하면 보호관계가 성립돼 가석방 심사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2016년에는 펜팔로 만난 남녀가 출소 후 함께 절도를 저질러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근까지 남자친구 옥바라지를 하던 여성 A 씨는 <더 시사법률>에 “2년 동안 기다렸는데, 출소 후 교도소 펜팔로 만난 여성과 바람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교도소 수용자의 가족이나 애인이 활동하는 이른바 '옥바라지 카페'에서도 펜팔로 인한 갈등 사례가 다수 공유되고 있었다. 카페에는 펜팔을 의심하거나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호소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었다.
교도소 펜팔은 고립된 환경에서 수감자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43조는 수용자의 서신 발송을 보장하고 있다. 수용자가 교정시설 밖의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나 펜팔 과정에서 남녀 수용자가 금전 거래와 부적절한 관계가 발생하면서, 법적·도덕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민의 윤수복 변호사는 “펜팔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펜팔 과정에서 금전 거래를 차단하고, 재소자 간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