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더시사법률>을 구독 중인 수용자입니다.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직업훈련 후기 경험담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글은 잘 못 쓰지만 펜을 들었습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고 싶은 직업훈련 과정은 ‘미장기능사’입니다. 전국 집체 직업훈련에는 이 과정이 없고, 오로지 제가 있는 경북북부제1교도소(청송1교)에만 있는 과정입니다.
미장기능사란?
아무래도 미장기능사라는 이름이 생소하실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머리를 자르는 ‘미장’인 줄 알고 오해해서 지원했다가, 시멘트 포대가 있는 작업장을 보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여기서 말하는 미장은 머리를 자른다는 의미의 ‘미장(美粧)’이 아닌 순우리말 ‘미장’으로, 사전적 의미는 건축공사에서 벽이나 천장에 회반죽 등을 바르는 일, 즉 시멘트 같은 걸 물에 개어 반죽한 후 바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미장기능사 선발 조건
선발 조건은 다른 집체 훈련 과정과 비슷합니다. 환자, 징벌자, 정신이상자는 지원할 수 없고, S4등급도 지원이 불가능합니다.
훈련 과정
훈련 과정은 9개월입니다. 저는 1월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겨울이라 날이 추워 실습은 하지 못했고 1~2월은 이론 수업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 관련
미장기능사는 필기시험이 없고 실기시험만 있는데, 이 실기시험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이 듭니다.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습을 시작하는데, 가로 78cm, 세로 140cm / 가로 110cm, 세로 140cm의 벽 위에 ‘플라이 애시’라는 재사용 가능한 시멘트를 물에 개어 반죽해 바르는 실습을 합니다.
그냥 말로만 들었을 때는 간단하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처럼 쉽게 바를 수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쇠흙손(미장 시 사용하는 바름용 도구)으로 벽에 바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거든요. 벽 위에 둥근 달과 액자라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작업 과정은 몰탈(물과 플라이 애시 시멘트를 섞은 것)을 초벌로 바른 후 평평하게 다듬은 벽 위에 작품 도면을 그리는 일이었습니다. ‘물때(미장 작업에서 바닥에 부은 몰탈이 굳기 시작하기 전, 표면의 물이 가라앉아 작업에 가장 적합한 시점을 말함 – 편집자주)’를 잘 알지 못해서 벽에 바른 몰탈이 흘러내리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미장기능사 시험에서는 이 ‘물때’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실제로 미장기능사 시험 시간은 5시간 20분으로, 시험 시간이 상당히 길어 응시하는 동안 체력이 엄청나게 소진되는 편입니다. 저는 미장기능사 직업훈련 과정을 통해 인내와 더불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내가 벽 위에 완벽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5시간 20분 동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태어나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후기
사실 개인적으로는 ‘산업기사’와 ‘기사’가 아니면, 제가 취득한 ‘기능사’ 자격증은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취업에 필요한 스펙 이상으로 중요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얻고, 그 힘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희망하고, 나아가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값진 일이었습니다.
5시간 20분 동안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고군분투한 이후, 저 자신이 많이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처음엔 머리 자르는 미장인 줄로만 알고 와서 작업장 풍경을 보고 질겁해 도망치고 싶어 했던 제가, 지금은 미장의 맛에 빠져 공과에 남아 조교로 지내고 있습니다.
나중에 <더시사법률> 독자님들도 기회가 된다면 미장기능사에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어떠한 자격증보다도 체력은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 큰 벽 위에 시간을 들여 내 작품을 만들어 놓으면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우리 미장공과를 잘 이끌어 주시는 미장 선생님, 이승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전국에 있는 모든 집체 직업훈련 훈련생분들,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