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질문, 법의 경계에 서다

외주 맡긴 직원부터 당첨금 분배까지
사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궁금증

 

나에게는 만나기만 하면 끝도 없이 궁금증을 쏟아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질문은 대체로 엉뚱하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이다. “회사의 일을 외주로 넘기고 나는 월급만 받으면 범죄야?”, “로또를 같이 사면서 ‘당첨되면 반반이야’라고 했는데, 막상 내가 당첨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기일까?”

 

재판 준비에 몰두하는 일상 속에서 이런 질문을 떠올릴 여유는 잘 없지만, 생각해 보면 누군가는 충분히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웃어넘기던 이런 대화에 오늘은 조금 더 법률적인 시선을 얹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부터 보자. 회사 업무를 타인에게 외주로 맡기고 본인은 월급만 받는다면 과연 범죄가 될까? 단순 자료 정리나 반복 입력처럼 위탁이 가능한 업무라면 형사 문제까지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회사에 알리지 않은 점이 문제 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인사상 징계나 경고 수준에서 마무리된다.

 

그러나 업무 특성상 대체가 어렵고 결과물이 담당자의 역량과 직결되는 직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디자인, 설계, 개발처럼 전문성과 창의성이 핵심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직원 본인이 직접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급여를 지급하는데, 승인 없이 외주를 맡겼다면 이 신뢰를 저버린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업무상 배임죄가 문제 될 수 있다.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해 이익을 얻고 손해를 끼친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손해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에 한정되지 않는다. 직원의 성실 의무 위반이나 조직 내 신뢰가 흔들린 것만으로도 손해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외주 결과물로 인해 품질 저하, 납기 지연, 고객 불만,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같은 구체적 손해가 발생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하고, 그 손해가 명확하다면 형사적 책임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이제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로또 당첨금을 나누기로 약속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기죄가 성립할까? 우리는 복권을 살 때 “당첨되면 반반이야”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곤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을 어겼다고 곧바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기죄는 상대를 속여 이익을 취하려는 고의, 즉 기망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 위와 같은 약속은 가벼운 동의나 농담에 가깝고 상대를 속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점을 ‘횡령’으로 바꾸면 상황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돈을 모아 복권을 샀다면 그 복권은 공동 소유의 재산이 된다. 이때 한 사람이 당첨금을 독차지한다면 공동재산을 임의로 처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 횡령죄가 문제된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먼저 계산을 하고 “당첨되면 나누자”고 말한 경우는 어떨까? 실제로 복권 여러 장을 한 사람이 구매하면서 “당첨되면 균등하게 나누자”고 말한 사건이 있었다. 술자리에서 함께 긁어 당첨 사실을 확인했지만, 정작 당첨되자 구매자는 “내 돈으로 산 것”이라며 일부만 지급했고 결국 분쟁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당첨 후 분배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해 당첨금을 균등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친구의 질문 속 범죄와 약속의 경계를 따라가다 보면, 사소해 보이는 일상 속에도 법의 원리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