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과 만나는 시점은 늘 다양하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찾아오신 분, 검찰 조사 단계에서 찾아오신 분,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찾아오신 분…. 사건 진행 상황이 서로 다른 만큼 그 안에 담긴 사연도 제각각이다. 필자가 맡았던 수많은 사건 중 유난히 뜨거운 감자였던 사건 하나가 떠오른다. 당시 주요 방송사와 포털 사이트의 메인 뉴스란에 연일 보도되었기 때문에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도 TV 뉴스나 신문 기사를 통해 접하셨던 기억이 있을 것 같은데, 그만큼 사회적 관심이 컸던 사건이었다. “화장품 통에 마약 숨겨 국내 반입한 외국인 승무원들(2023. 09. 06. 연합뉴스 보도 기사 제목)”, 제목 그대로 외국인 항공사 승무원들이 화장품 통에 액상 대마를 은닉해 들여오려다 적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에서는 이들이 국제 마약조직에 연계되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논조로 보도를 이어갔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해당 사건에 대한 수많은 추측이 퍼졌고, 피고인들은 단숨에 ‘국제 마약 밀수범’으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필자가 의뢰인 대 변호사로서 만나 본 이들은 악랄한 범죄자로 묘사되던 보도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두
연인을 살해한 뒤 1년 넘게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숨기고 피해자 명의로 대출까지 받은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오진세)는 20일 살인과 사체유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A씨(41)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빌라에서 당시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 B씨(40대)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김치냉장고에 시신을 숨긴 혐의를 받는다. 이후 그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접속, 8800만 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B씨의 동생이 “언니가 1년간 메신저로만 연락한다”며 실종 의심 신고를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공조 수사를 통해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같은 날 오후 군산시 수송동에서 긴급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범행을 자백했고, 그의 진술에 따라 과거 B씨와 함께 거주하던 빌라에서 냉장고 속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이후에도 메신저 답변, 월세 납부 등 피해자의 일상 행적을 가장하며 범행을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신을 숨기기 위해 직접 김치냉장고를 구입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초등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 명재완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등) 등 혐의로 기소된 명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을 명령했다. 명씨는 지난 2월 10일 오후 5시께 자신이 근무하던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생을 유인한 뒤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범행 4~5일 전 학교 업무용 컴퓨터를 파손하고 동료 교사를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서 살해당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공포, 유족의 슬픔은 법원이 가늠하지 못할 정도”라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이 진행한 명 씨에 대한 정신감정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된 사실에 대해 "범행 당시 우울증과 양극성 정동장애 등 중증 정신질환을 겪고 있었더라도 형을 감경할 사유로 볼 것인가는 법관의 재량"이라며 "감형요소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의 범행과 정신이 온전한 상태의 범행을
한 노동자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한 것은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직서가 당일 수리됐고 철회 의사표시가 확인되지 않은 점, 심신미약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자진해서 사직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A씨는 2024년 1월 23일 전보 발령을 받은 뒤 건강 문제를 이유로 출근하지 않다가, 첫 출근일인 2월 13일 ‘개인 사정’을 이유로 자필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는 그날 당일 바로 수리가 됐고, 다음 날 결재를 거쳐 3일 만에 당사자에게 퇴직처리 사실을 알려줬다. 이에 대해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부당 전보를 당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새벽에 응급실 치료를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휴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지점장이 출근을 독촉해 극심한 불안 상태, 심신미약 상태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제출 3시간 뒤 사직 의사를 철회했는데도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부당해고를 주장했다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단독 항소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구형보다 형이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항소를 남발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실질적 다툼보다는 통계에 치중한 ‘기계적 항소’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검사 단독 항소 건수는 2023년 1만4917건에서 2024년 1만7167건으로 약 15% 증가했다. 검찰은 대검 예규(제447조)에 따라 선고 형종이 구형과 다르거나 형량이 구형 범위를 벗어날 경우 원칙적으로 항소를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검찰이 살인죄 사건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하면, 구형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항소 대상이 된다.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면서 형량 차이가 크지 않은 사건에서도 항소가 반복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항소 여부가 사건 담당 검사의 재량에 좌우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항소 건수는 늘었지만 항소심에서 원심이 파기되는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 항소 인용(파기) 건수는 2023년 1만4917건 중 3292건, 2024년 1만7167건 중 3292건으로 인용 건수는 같았지만, 파기율은 오히려
불법도박 자금 2200억원 이상을 세탁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7만개가 넘는 가상계좌를 제공한 범죄조직 총책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를 통해 불법 자금이 반복 세탁된 만큼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20일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일수)는 최근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 4개월과 추징금 11억 2025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범 B씨는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억 2749만 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조직원들과 함께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들로부터 2226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받아 다수의 은행 계좌로 분산 송금하는 방식으로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도박사이트 입금액에 대한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금 이동을 대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이용자들이 보낸 도박 자금을 여러 계좌로 나누어 송금한 뒤, 입금액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이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7만 개 이상의 가상계좌를 만들어 범죄조직에 제공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상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 2천여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휴스턴 등 주요 도시에 수만 명의 시민이 몰려 “미국에 왕은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민주주의 수호를 촉구했다. 20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워싱턴 의사당 앞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백악관 방향으로 행진을 벌였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일대에도 시민 수만 명이 운집해 “1776년 이후 왕은 없다”, “우리의 마지막 왕은 조지였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7번 애비뉴를 따라 행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치안 유지 명목의 군대 투입, 이민자 대규모 추방, 언론 및 대학 내 반정부 인사 탄압, 사법부 판결 무시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제왕적 통치를 시도하는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이번 시위는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약 2500건의 집회로 동시에 진행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집회를 조직한 ‘인디비저블(Indivisible)’의 공동 창
형이 이미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외교부와 공공기관에 신원심사 및 인사관리 기준을 명확히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17일 외교부 장관에게 “신원 특이자 부적격 기준을 객관적이고 일관되게 심사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각 공공기관에도 “실효된 전과로 인한 채용 배제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사관리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A씨가 지난 2023년 한 재외 대한민국총영사관의 관저요리사 직무에 합격 예정자로 선정됐으나, 신원조사 과정에서 10여 년 전 벌금형 전과가 확인돼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는 진정을 수용한 것이다. A씨는 2013년 업무방해죄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영사관 측은 “관저요리사는 보안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재외공관 근무이므로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씨의 과거 범죄가 ‘재외공관 관저요리사 운영지침’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이미 법적으로 형의 효력이 사라졌다는 점을 들어 차별로 판단했다. 또 다른 사례로, 공공기관 운전원 채용에 지원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전국 경찰서 유치장의 과밀수용과 조명·환기 등 열악한 수용 환경을 개선하고, 유치인의 운동권과 진정권을 보장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지난 8월 21일 ‘2024년 경찰서 유치장 방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치인의 권리 보호와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개선방안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유치장 신축·개축 시 과밀수용 방지와 적정 규모 확보를 포함해 △유치실 내 조도·채광·환기·습도 관리 △보호 유치실 CCTV 화면에서의 신체 과다 노출 방지 △장애인 유치실의 법령 기준 준수 △문을 닫은 상태에서 면회가 가능한 면회실 설치 등을 주문했다. 또한 유치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생활·진정 안내문을 다국어로 제작해 부착하고, 규격에 맞는 진정함과 진정서 양식을 함께 비치해 직접 작성·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진정권 보장도 강화하도록 했다. 아울러 유치장 부책 관리의 엄격 준수와 장기 유치인의 기본적 운동권 보장도 함께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가 유치장 환경과 운영 전반의 인권 기준을 높이고,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유치인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의자 가운데 ‘리딩방 사기 사건’에 연루된 한국인에 대해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전날 서대문경찰서가 신청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A씨는 캄보디아 내 투자 리딩방 사기 조직에 자신의 통장과 휴대전화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출국 경위와 일부 계좌가 범행에 사용된 경위, 감금된 뒤 캄보디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 점, 현지 경찰에 신고 후 구조돼 유치장에 수감됐다가 국내로 송환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는 석방됐으며, 이번 조치로 송환자 64명 가운데 석방된 인원은 5명으로 늘었다. 이 중 4명에 대해서는 경찰이 애초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연루 정황은 조사 중이지만, A씨가 스스로 구조를 요청하고 귀국한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최근 리딩방과 온라인 투자사기 조직에 한국인들이 대거 가담하거나 감금돼 강제노동에 동원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과 외교당국은 송환자들에 대한 범죄 연루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