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과 다단계·유사수신 등 다수의 서민을 대상으로 한 특정사기범죄에 대해 범죄수익을 반드시 몰수·추징하고 피해자에게 환수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마련됐다. 27일 법무부는 특정사기범죄의 범죄수익을 의무적으로 몰수·추징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특정사기범죄의 경우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이 임의 규정에 그쳐 사건별·재판부별 판단에 따라 피해 회복 여부가 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범행 기간 동안 범인의 재산이 증가하더라도 범죄수익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몰수·추징이 기각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등 특정사기범죄의 범죄수익에 대해 기존의 ‘임의적 몰수·추징’을 ‘필요적 몰수·추징’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범죄수익이 인정될 경우 무조건 몰수·추징 절차가 진행된다. 또 범행 기간 중 취득한 재산이 범죄와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는 범죄수익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몰수·추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검사가 압수수색 등 필요한 강제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근거도 명확히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최근 한미 팩트시트(Fact Sheet)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필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려운 외교 환경 속에서 협상을 이끌어 낸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 부처,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국익을 위해 힘을 쏟은 수많은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협상 타결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대통령의 소회는 필자의 시선을 특히 오래 붙잡았다. 외교적 압박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협상에 임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오늘의 형사재판을 대하는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주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번 협상은 우리의 의사가 합리적으로 반영되기보다 국제적 역학관계와 힘의 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협상안이 추상적 문헌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치적 시각에 따라 오해의 여지가 많아 내부에서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통령이 꼽은 가장 어려운 지점은 외부의 압박보다 오히려 내부의 조급함이었다. “빨리 합의하라. 시간 끄는 것은 무능의 증거다”라는 비판과 압박 속에서 그는 한동안 “참으로 힘
최근 캄보디아를 비롯해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한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잇달아 국내로 송환되면서, 조직 내 말단 역할을 담당한 이른바 ‘단순 가담자’들의 형사책임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총책이나 모집책·송금책처럼 범행의 계획과 지휘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에게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수거책·전달책 등 하위 단계의 가담자들에게까지 동일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형평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법원이 ‘가담 경위와 정도, 자유의사 여부, 피해 회복 노력’을 종합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사례를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무엇보다 핵심적인 양형 요소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다. 대법원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 양형 기준(2023. 7. 시행)’에서 피해 회복을 감경 사유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총책이나 주범의 경우라면 피해자 전원과의 전액 합의 또는 이에 준하는 합의가 필수적이며, 피해금 전액을 일시납할 경우에만 실형을 피할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단순 가담자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범행을 통해 실질적 이득을 얻지 못했으며, 범행 전모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저는 공갈·협박·사기 사건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후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에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문제 된 증거자료는 피해자 측 입출금 내역서 캡처본입니다. 2분 사이에 1억 입금, 3억 출금된 기록이 있고, 출금 내역에 예금주, 송금인 명칭이 공란이었으며 은행 직인이 찍힌 출금 명세서가 없습니다. 이미 선고가 끝난 사건에서 신빙성이 의심되는 증거와 금융기관의 의견을 근거로 재심이 가능한지와 입출금 내역에 예금주나 송금인이 없는 공란인 상태에서 계좌 업무가 가능한지, 1억과 3억이라는 거액이 2분 내에 입출금이 가능한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형사재판, 특히 공갈·협박·사기 사건에서 피해자의 계좌 입출금 내역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하고 객관적인 증거로 여겨집니다. 돈이 오고 간 명백한 기록 앞에서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고, 법원 역시 이를 근거로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제출한 계좌 거래 내역 캡처 화면이나 이체확인증은 그 자체로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져 유죄 판결의 결정적 근거가 되
퇴사 과정에 불만을 품고 흉기를 소지한 채 전 직장을 찾아간 60대 남성이 ‘공공장소 흉기소지죄’로 첫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올해 4월 시행된 공공장소 흉기소지죄에 대해 광주지법이 처음으로 내린 유죄 판결이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김소연 부장판사는 27일 살인예비, 공공장소 흉기소지, 상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67)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 목적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살인예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상해와 공공장소 흉기소지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A씨는 지난 4월 나주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차량에 보관하고 다닌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7월 20일 오전 11시 50분께 나주시의 한 요양병원에 흉기를 든 채 찾아가 병원장실과 복도를 배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도 인정됐다. A씨는 해당 요양병원에서 근무했다가 퇴사한 뒤 불만을 품고 범행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A씨가 살인을 목적으로 흉기를 준비하고 공공장소를 돌아다닌 것으로 보고 여러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공공장소 흉기소지죄는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장소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흉기를 드러내 공포심·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2022년 ‘총경회의’에 참석했다가 인사 불이익을 겪었던 경찰 간부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가 공식화됐다. 경찰청은 이들을 기리는 명판과 전시 공간을 설치하며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27일 경찰청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찰의 중립성 확보 및 민주적 통제’ 학술 세미나 직후 ‘총경회의 전시대’ 제막식을 개최했다. 공개된 전시대에는 총경회의 당시 사진과 회의록, 보도자료 등이 배치됐으며 회의 참석자 55명과 지지자 등 총 364명의 이름을 무궁화 형태로 배열한 명판도 함께 설치됐다. 총경회의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경찰국 신설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복수직급제 직위나 경력과 무관한 보직으로 발령되는 등 좌천성 인사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행정안전부 내 경찰 관련 정책을 총괄하던 경찰국은 상위법 근거 없이 시행령만으로 운영됐다는 비판과 함께 공식 폐지됐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세미나 개회사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성은 조직이 역사적으로 지켜온 핵심 원칙”이라며 “총경회의는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한 역사적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립적이고 민주적
경찰청이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찰청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세계여성폭력 추방 주간'(11월 25일∼12월 1일)을 맞이해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인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 등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등은 '성매매·성착취 변화 과정과 아동·청소년 성착취 실태'를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토론회 좌장인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경찰뿐 아니라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 단체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거제시의 한 골프장에서 16년간 사실혼 관계였던 전처를 살해한 5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27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김영석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9월 5일 거제시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 중이던 전처 50대 B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6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여행사를 운영하던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B씨에게 생활비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무리한 금전 요구와 술 심부름 또한 지속했다. B씨가 이에 반발하자 A씨는 폭언과 협박을 일삼았고, 결국 B씨는 동거를 중단하고 경제적 지원도 끊었다. 이후 A씨는 B씨가 전 남편 등에게 송금한 내역을 확인하고, B씨가 ‘자신을 버리고 전 남편과 자녀들과 다시 가정을 꾸리려 한다’는 망상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당일 작업자인 것처럼 위장해 B씨가 근무하던 골프장을 찾아가 접근한 뒤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법원이 선고한 성범죄 판결을 분석한 결과 침해 유형과 범행 수법에 따라 실형과 집행유예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형량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더시사법률>이 리걸테크 엘박스를 통해 최근 선고된 성범죄 판결 20건을 분석한 결과 형량은 대체로 징역 2~3년 선에서 형성됐다. 피해자와의 관계는 지인 또는 신뢰관계 기반에서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불법 촬영이나 초면 강간 사건에서는 합의가 쉽지 않아 형사 재판 과정에서 고액의 합의금이 여러 차례 제시된 사례도 확인됐다. 실제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길거리에서 자신의 주거지로 데려가 강간한 사건은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며 합의한 점이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강간치상과 준강간미수가 연이어 발생한 다른 사건에서도 피해자들의 공포가 컸다는 점이 지적됐지만, 전원 합의가 성립돼 징역 3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반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서는 실형 선고 경향이 두드러졌다. 술에 취해 항거가 어려운 피해자를 상대로 한 준강간 사건은 죄질이 불량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