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여자교도소의 과밀 수용과 폭력 성향 여성 수형자 관리 문제를 둘러싼 현장 교도관들의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됐다. 남성 수형자에 대해서는 폭력 성향 전담 관리 체계가 시범 운영되는 반면 여성 수형자에 대해서는 유사한 제도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9일 전·현직 교도관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큰 소리 폭력성향군 남자수형자 전담기관? 그럼 여자는?’" 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최근 공문을 통해 남성 수형자의 경우 폭력 성향군을 대상으로 한 전담 관리 제도가 시범 운영된 뒤 관리 인원이 기존 10명에서 최대 40명까지 증원됐다고 전했다. 반면 여성 수형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전담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최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폭력 성향이 강한 여성 수형자를 여러 명의 직원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손을 다치고 근무복이 찢어졌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 테이저건까지 사용한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청주여자교도소는 정원 650명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800~900명 수준의 수형자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는 “병사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의 고령자, 중증 장애인, 중증 환자, 정신질환자, 장기수, 외국인 수형자와 각종 교육 대상자가 청주여소로 집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약, 스토킹, 알코올, 성폭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범죄 유형의 교육 대상자가 동시에 수용되면서, 직원들이 여러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올해부터 마약류 사범 재범 방지를 위해 광주교도소,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부산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에 ‘마약사범재활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마약류 사범은 2020년 3111명에서 2025년 7384명으로 약 137% 증가했다. 이에 본부 차원에서 마약사범 재활팀을 운영해 왔으나, 실제 교정기관 내 전담 부서가 부재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직 신설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 교도관들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커뮤니티 글 작성자는 “마약 재활과를 만들려면 수용동을 비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수용자 최소 100명 이상을 다른 기관으로 분산해야 한다”며 “현실은 오히려 형 확정자, 교육생, 외국인 수형자가 하루 5~10명씩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신질환 수형자 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작성자는 “미지정 수형자가 300명이 넘고, 정신과 약물 복용자가 약 168명에 달하지만 처방 자체도 쉽지 않고, 처방 이후 복용을 거부할 경우 강제 투약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신질환 전담 수용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병상이 일부 확보되더라도 이미 환자와 고령자 수용으로 사실상 만실 상태여서 추가 입실이 어렵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진정·이송 요청 역시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간헐적으로 이뤄진다고 토로했다. 폭력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사후 조치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작성자는 “이 글은 일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아니다”라며 “전국 교정시설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여성 수형자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청주여자교도소에 수용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25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여성 기결수는 2020년 2345명에서 2024년 3418명으로 약 45.8% 증가했고, 미결수 역시 같은 기간 1627명에서 2068명으로 약 27.1% 늘었다. 교정정보 빅데이터 시각화 자료 기준으로는 2026년 1월 현재 여성 기결수 3583명, 미결수 1872명으로 집계돼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 수형자 역시 기관별로 수용 구분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정신질환자나 직원 폭행 우려가 있는 수형자에 대해서는 여성 전담 수용기관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담 기관 신설이 어렵다면 독거방을 운영할 수 있는 기관으로 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형자라도 신속히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해당 글 이후 이어진 댓글에서도 교정 현장의 어려움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한 교도관은 “교도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남·여 교정시설 모두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교도관들은 인력 배치 문제도 지적했다. “여교를 탈출하면 수용자 안 보는 사무직만 도는 여직원도 많다”, “반대로 여교에 장기 근무하는 남직원도 남교로 보내야 현장 인원이 생긴다”고 전했다. 지역별 수용률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이어졌다. “광주도 수용률이 150%를 넘는다”, “수도권 인근 교도소는 대부분 130~160% 수준”이라는 댓글과 함께 “천안개방교도소를 정상화해 일반 여자교도소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과밀 수용과 정신질환 수형자 관리 문제가 동시에 방치될 경우 사고 위험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법무부와 교정본부가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라 하더라도 교정시설의 현장 여건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될 경우, 교도관과 수형자 모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정신질환 수형자와 폭력 성향 수형자가 과밀 수용된 상황에서 의료 인력 확충과 폭력 대응 체계 마련 없이 보여주기식 재활 기능만 강조하는 방식은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수형자의 특성과 현장 위험도를 반영한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1998년 대구 대명동 ‘장미비디오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27년 넘게 복역 중인 이민형(48)씨가 재심의 문을 두드린다. ‘재심 사건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1998년 1월 3일 발생한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같은 해 1월 5일 체포된 이후, 재심 청구일을 기준으로 1만262일째 수감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무기수다.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될 경우 그는 ‘진실을 찾은 사람’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복역한 사례가 된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수사와 재판, 변호 과정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재심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재심을 앞두고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가 공개한 옥중 서한에서 이씨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너무 죄송스럽고 염려가 된다”며 “재심으로 인해 다시 ‘그날’을 떠올리게 될 유족들의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경찰의 강압 수사 속에서 자포자기한 상태로 허위 자백을 하면서 진범을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를 잃게 했다”며 “이것은 어떻게 해도 갚을 수 없는 큰 죄”라고 토로했다. 그는 “언제 어느 때든 직접 사죄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이씨는 사건 당시 대구 일대를 배회하던 탈영병이었다. 경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각종 흉기와 절단기, 강도·절도 전과 등에 주목해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강도 높은 추궁 끝에 살인 자백을 받아냈고 군사법원 1심에서도 범행을 시인했다. 이후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당시 자백은 허위였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장시간 수면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폭행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 역시 방송에서 “이민형은 나한테도 몇 번 맞았다”고 말해 강압 수사가 있었음을 일부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 사건 현장에서는 이씨의 지문이나 유전자정보(DNA), 범행 도구로 특정할 만한 흉기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유일한 목격 증거는 당시 6세였던 피해자 자녀의 진술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겪은 극심한 충격을 고려할 때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씨는 28년 전 항소이유서와 상고이유서에서도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 왔다. 그는 “사형이라는 형이 다시 주어진다 해도 이 주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허락된 시간을 끝까지 쓰겠다”고 적었다. 최근에는 형 집행 경과와 교정 성적이 일정 기준에 도달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석방은 불허됐다. 박 변호사는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인정하고 자유를 택하는 대신,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확인받고 사회로 나가겠다는 선택”이라며 “이씨의 진실과 정의에 기초한 사회 복귀의 소망을 끝까지 함께 지키겠다”고 전했다.
‘노조 가입원서 위조’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던 한국노총 산하 한 노조위원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가입원서가 위조됐을 가능성과 피고인이 실제 위조 행위자라는 점은 별개의 문제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위조했거나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5-2형사항소부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노조위원장 A씨에 대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3월 경기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에서 조합원 수를 늘려 사용자와의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해 B씨와 C씨 명의의 노조 가입원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은 “가입원서가 실제 당사자들에 의해 작성되지 않았고, 작성에 대한 동의도 없었다는 점은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문서 자체의 위조 가능성과 피고인이 그 위조 행위를 했다는 점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가입원서를 작성했거나, 다른 사람과 공모해 위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노조 가입원서가 위원장뿐 아니라 부위원장, 감사, 사무국장 등 여러 집행부 인사를 통해 수집·관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입원서가 노조에 유입된 경로 역시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만큼, 다른 사람이 위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모 관계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피고인의 진술 태도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신중한 판단을 내렸다. 원심은 A씨의 진술 변화가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동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이 곧바로 ‘피고인이 직접 작성했다’는 자백으로 해석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진술이 다소 석연치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범행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조합비를 대신 납부한 사정 역시 위조의 직접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회사와의 갈등과 감시 등으로 조합원 모집이 쉽지 않았던 점, 다른 조합원들의 조합비도 대납한 사례가 있었던 점, 대납 금액이 1인당 1만~2만 원에 불과한 소액이었다는 점 등을 종합해 조합비 대납만으로 위조 행위의 주체를 특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서도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공소사실에 기재된 가입원서 제출 시점과 실제 제출 경위 사이에 차이가 있고, 피고인이 가입원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필적 감정 결과 역시 결정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의 가입원서가 원본이 아닌 사본이었던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도 작성자 동일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과가 나온 점, 항소심 단계의 감정 역시 유사성 판단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하면 작성자 특정의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가입원서가 위조됐을 가능성 자체보다, 피고인이 그 위조의 행위자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사람이 위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공모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한 이상,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무법인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심은 문서가 실제 작성자 본인에 의해 작성되지 않았을 가능성과 피고인이 위조자라는 점을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위조 가능성만으로 노조위원장을 곧바로 위조 행위자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가입원서가 여러 집행부 인사를 통해 수집·관리됐고 유입 경로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위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 핵심”이라며 “피고인의 진술이나 조합비 대납 사실, 필적 감정 결과 역시 위조의 직접 증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무죄 판결은 ‘위조가 없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피고인이 위조자라는 점이 형사재판의 기준에 따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행위자 특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형사사건에서 ‘구속’은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국가형벌권 실현을 위해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강력한 처분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구속을 원칙이 아니라 예외로 두고 있으며, 구속이 타당한지 여부를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바로 구속적부심사와 보석이다. 이 두 제도는 모두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청구(신청) 시기와 판단 기준은 분명히 다르며, 무분별하게 신청하여 기대만 키웠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법원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사정이 있을 때 기존 판단을 바꾸는지에 대한 이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구속적부심사는 법원이 구속의 적법 여부와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절차다. 최초 구속결정이 적법한지 여부에 더하여 구속 이후 새로 발생한 사유까지 포함하여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이 여전히 있는지를 판단한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가 청구할 수 있다. 공소제기 전까지 청구 가능하며, 수사 방해 목적 등이 없는 경우 청구서 접수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심문이 진행된다. 구속적부심사에서 법
“변호사님, 저는 회사를 살리려고 한 일입니다. 제 주머니로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접견실에서 마주하는 기업인이나 자금 담당 피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회사가 무너질 위기에서 급하게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들의 절박한 심정과 달리, 검찰의 공소장에는 ‘업무상 횡령’ 혹은 ‘업무상 배임’이라는 무거운 죄명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그 한 줄의 죄명은 1심 법정에서 실형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구치소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사람을 밀어 넣는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난 뒤 피고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 역시 비슷하다. “이제 끝난 건가요?” 그러나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억울함이 아니라 논리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재산 범죄 사건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은 ‘불법영득의사’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다. 횡령과 배임을 가르는 핵심은 단순하지 않다. 나를 위해 돈을 썼는지,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이었는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을
같은 제복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교도관들이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공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음에도, 각종 복지와 예우 제도에서 교도관은 반복적으로 제외되고 있다. 제복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각종 혜택과 지원 제도를 살펴보면,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포함되어 있으나 교도관은 빠져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호국원 안장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국회마저도 같은 제복공무원인 교도관들의 존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소외의 경험이 반복될수록 교도관 개개인의 자존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내가 퇴직 교도관 역시 호국원에 안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곳에 안장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는 교도관 전체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 직업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정당한 존중을 받고 있다는 최소한의 신호를 되찾기 위함이다. 교도관의 업무는 단순히 수용자를 관리·감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교도관들은 어떤 죄명으로 수용되었든 수용자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운동시간과 종교집회 참가 등을 철저히
잘못된 한 번의 판단은 이후의 삶의 모습을 좌우한다. 특히 전력이 있는 행위가 또다시 반복되었을 경우 이후의 선택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건의 의뢰인은 술기운이 남아있던 저녁, 경찰의 정차 신호 앞에서 그 기로에 서게 됐다. 그에게는 이미 두 차례 음주 운전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린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공포감에 중대한 판단 착오에 빠져든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뢰인은 이를 생각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를 통해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하나의 실수가 연쇄적인 오판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을 더 큰 궁지에 몰아넣고 말았다. 형사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런 케이스를 흔히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한 행동이었겠지만, 이것이 수사기록상에 남게 되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특히 의뢰인처럼 반복 전과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의 시각은 냉정하다. 음주 운전에 무면허 운전, 여기에 사문서위조까지 더해져 의
처음으로 아들에게 편지를 써본다. 10여 년 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조그맣고 나를 닮은 너를 두고 난 무책임하게 집을 나와버렸지. 본래 1년의 별거를 약속했지만, 세월은 기약 없이 10년이나 흘러버렸다. 달력을 헤아려 보니 벌써 너는 성인이 된 지 한참이더구나. 이곳에 와서 네 또래 정도 되는 사람들을 보면 왜 이리 마음이 가는지…. 은연중에 나는 너를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밖에 있을 땐 뭔가 준비가 되어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혹은 벌써 다른 가정을 꾸렸는데 내가 나타나면 마음의 상처를 후벼파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있었지. 또 지금의 내 초라한 행색으로 인해 서로 마음만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고. 그러나 이젠 모든 걱정을 다 걷어버리고 서로 눈을 마주한 채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들, 나 또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단다. 내성적으로 자란 탓에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에서 혼란을 많이 겪었어. 그런 전철을 밟아보았기에 이혼만큼은 절대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게 혼자만의 다짐으로 되는 것은 아니더구나. 훗날 아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너는 나를 이해하기 어렵겠지. 그래도 가슴
함께 수감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접견실 유리 너머로 내 모습을 보며 펑펑 울더라고….” 하는 짠한 경험담이 그것이다. 사회에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교정시설에 들어간 것이 그만큼 큰 비극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리라. 하긴, 어찌 보면 사는 동안 인간이 맞이할 수 있는 비극 중 죽음 다음으로 큰 비극이라는 생각도 든다. 교정시설에 있는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하루는 의료과에 가려고 나왔는데, 이미 같은 사동의 다른 재소자 한 분이 먼저 나와 계셨다. 덥수룩한 수염, 불안한 눈빛.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괜찮냐고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공황장애와 조현병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셨다. 나 또한 양극성정동장애와 공황장애로 긴 시간 고생을 한 적이 있는 터라 측은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마음이 쓰여 의료과에 다녀오는 내내 챙겨주게 됐다. 거실로 돌아가던 중 문득 나 자신에게 힘이 되었던 마음가짐이 떠올라 한마디 건네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운을 뗐다. “…○○씨, 생각을 바꾸면 좀 괜찮아져요. 잘 생각해 봐요. 여기 생활이 뭣 같고, 오고 싶어서 온 곳은 아니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수용자입니다. 개간 이후부터 꾸준히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열혈 독자입니다. 유익한 정보도 많고, 늘 수용자 입장을 대변해 주셔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를 살려주신 교도관님 한 분께 감사함을 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2025년 6월에 구속되어 수감 생활을 하고 있고, 현재 자살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중점관리 대상자입니다. 도박 중독으로 가족을 잃고, 제 인생도 송두리째 날아갔습니다. 그래서 경주교도소에 있을 당시 수면제를 털어 넣고 극단적 시도를 했습니다. 당시 제 상태는 위급했기에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곳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변함없는 자신을 보면 화가 나고, 자괴감에 빠져 비관적인 생각들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만난 함수호 계장님은 그런 제게 은인이 되어주셨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시면서 힘들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 주셨습니다. 계장님은 저뿐만 아니라 고민이 있는 수용자들이 있으면 언제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주시고, 항상 수용자 편에 서서 도와주십니다. 관구팀장님이라 항상 바쁘신데도 도움을 요청하면 제
나는 마약 판매 혐의로 구속됐다. 솔직히 처음에는 4년 정도 살고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선고된 형량은 내 예상보다 두 배는 높은 8년이었다. 여기서 살아서 나가긴 글렀다며 엄살을 떨고 죽네 사네 했던 게 불과 얼마 전 일이었다. 형이 확정되면서 만기출소 날짜를 통보받고 좌절한 지 약 보름 만에 옛날에 있었던 일로 인해 추가 건 수사가 개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애꿎은 하늘 탓을 하다가 ‘죄는 내가 지었지, 하늘이 지었나’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최대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재판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러나 내 간절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행유예 조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1년 2개월이 확정되어 내 총 형기는 9년 2개월이 됐다. 8년을 선고받았던 날 그토록 절망했는데, 추가 건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사하게도 내 가장 간절한 바람은 ‘제발 8년만 살고 나갈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였다. 그 마음의 변화가 스스로 우습기도 했다. 지금은 ‘나, 약은 했지만 나약하지는 않다’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중이다.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마음이다